육아

출산 후 신생아실에서 강남 세브란스 NICU 전원한 이야기 - 배에 가스 차는 아기 (복부팽만)

Jimomdaero 2024. 6. 2. 13:14
728x90

 
블로그를 시작하고 많은 아기와 여행한 이야기를 주로 올렸지만, 남들에게 아니 (예비)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는 포스팅을 쓰고 싶어서 예전의 기억까지 끄집어내어 글을 작성해 보기로 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했었지만 우리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순탄하게 밥을 잘먹거나 잠을 잘 자는 요즘 말로는 '갓기'는 아니었다. 심지어 태어나자마자 이틀 만에 NICU(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기게 되었다. 이 스토리의 타임라인과 디테일을 공유함으로써 같은 이유 혹은 비슷한 이유로 NICU에 들어간 아기를 둔 엄마아빠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양수 터짐, 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

 
일단 태어날 때부터 우리 아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침에 양수가 터져서 정오쯤부터 유도분만을 시작했는데,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 유도분만을 멈추고, 다음날 다시 시도하려 했으나 진짜 진통이 걸려서 그날 밤에 낳아야만 했다. 진진통이 걸렸음에도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오후 11시 제왕절개를 했다.
 
진통을 한참하면서 내가 이렇게 힘든데 아기도 배에서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자궁문이 계속 열리지 않으면 그 속에서 아기는 더욱 힘들어할 것이고, 결국 응급제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응급'이라는 말이 무서웠다. '응급'한 상황까지 아기를 몰고 가고 싶지 않았다. 
 
 


잘 못 먹는 아기, 황달과 복부 팽만 (가스 참)

 
그렇게 갑작스럽게 37주 0일에 태어난 우리아기. 다음날 아침에 남편은 혼자 신생아실을 보고 왔고, 오후에는 엄마아빠가 분유를 먹이는 연습을 하도록 입원실로 간호사선생님이 아기를 데리고 올라오셨다. 그런데 선생님이 젖꼭지로 먹이지 않고 우유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였다. 숟가락으로 먹이는데, 아기는 별로 잘 먹지 않았다. 조금 먹다가 게우고, 조금 먹다가 또 게웠다. 간호사 선생님은 다시 아기를 데리고 내려가셨고, 초보 엄마 아빠는 뭐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했다. 
 
"아기는 원래 태어나면 잘 못 먹는구나? 아직 아기라 그런가 봐~"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기는 원래 생존본능에 의해 엄청 잘 먹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 아기는 올라올 때마다 몇 번 먹고 게우고, 그러면 우리는 콜을 해서 선생님이 아기를 다시 데려가셨다. 
 
그리고 이틀이 되는 날 아침,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황달이 있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차서 잘 먹지 못한다. 유산균 등을 같이 복용해서 먹여볼 것이고, 황달은 광선치료를 하면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황달이라니, 배에 가스가 찼다니? 황달은 너무 흔해서 괜찮아질 것 같았고, 배에 가스가 찬 것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은 몰랐다. 어른들도 배에 가스가 차는걸? 눈물은 났다. 우리 아기가 갑자기 나와서 힘든가 보다.
 
 


전원 결정, 강남 세브란스 NICU 입원

 
첫 전화가 온 지 한 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아기가 지금 여기 있는 것보다 큰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난 뇌가 멎었고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었는데, 빨리 보호자인 아빠를 준비시키라고 했다. 전원 되는 병원이 정해지면 바로 앰뷸런스를 타고 갈 거라고 했다. 친정집에 밥 얻어먹으러 간 남편에게 전화했다. 혼비백산했다. 그러다가 다시 내가 신생아 실로 전화했다.
 
"남편이 교포라서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제가 아기를 데리고 가도 되나요? 입원 절차를 잘 못할 것 같은데요. 제발 제가 가게 해주세요."
 
남편이 가서 혼비백산한 상황에 한국말도 잘 안되는데, 입원 서류를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가야만 했다. 배가 찢어졌어도 내가 가야 된다. 간절하게 부탁하니 의사 선생님께서는 원래는 보호자가 한 명만 갈 수 있는데 남편과 함께 할머니가 갈 수 있냐고 했다. 우리 엄마를 불렀다. 눈물을 흩뿌리며 엄마가 달려왔다. 
 
운이 좋게도 바로 강남 세브란스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자리가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엠뷸런스를 탔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지금도 눈물이 난다.
 
 


아기 없이 조리원 입소, NICU 일지

 
아기 없이 조리원에 가야 할까? 아기가 없는데 왜 조리원에 가야 하지? 눈물만 났다. 조리원을 취소해야 하나? 심지어 나는 조리원을 3주나 예약했다. 취소하고 싶다. 애기 없이 들어가기 싫다. 이런 생각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다. 우리 아기는 금방 거기서 나올 거니까 조리원을 들어가 있어야 된다. 한 3일만 기다리면 애기가 올 거야. 그러면 21일 중에 18일은 같이 있을 수 있다.
 
혼자서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입소했다. 세브란스에서는 아침 9시마다 아기의 몸무게가 업데이트되었고, 수유 시 한 번에 얼마큼 우유를 먹는지 연락이 왔다.
 
첫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빠졌다. 수유는 하지 않았다. 하루 금식.
두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빠졌다. 수유는 20ml.
세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그대로. 수유는 다시 하지 않는다. 하루 금식.
네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가 조금 늘었다. 수유는 25ml.
다섯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가 조금 늘었다. 수유는 30ml.
여섯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그대로. 수유는 30ml
일곱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조금 늘었다. 수유는 40ml
여덟 번째 업데이트 -몸무게는 늘었다. 2.5kg 돌파. 수유는 40ml
그리고 퇴원하였다.
 
첫 3~4일은 힘들었다. NICU에 입원하자마자 아기가 금식을 했다. 수액을 꼽고 입에 삽관을 하여 가스를 빼내는 작업을 했다. 가스를 빼고 조금 먹였을 때 또 가스가 차서 또 금식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면회는 금지였고,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황달치료를 하느라 눈을 가리고 입에 줄을 꼽고 있는 걸 보니 미칠 것 같았다. 나도 한 번도 내시경도 안 해봤는데 우리 아기가 저걸 하고 있다니. 두 번째 금식을 했을 때는 더 마음이 아팠다. 언제 괜찮아지지? 나 벌써 혼자 며칠이나 있었는데. 마사지도 받았는데..
 
가스차는 아기들한테는 모유가 좋다고 했다. 매일 울면서 가슴을 쥐어짜서 유축을 했다. 잘 나오지도 않는 거 손으로 쥐어짜니까 엄청 잘 나오더라. 나중에는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유축을 해서 얼려놓으면 남편이 배달을 갔다. 남편이 일 때문에 늦으면 친정엄마가 갔다. 그렇게 매일 얼리고 얼음팩을 해서 날랐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었다. 아기가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은 일을 바로 휴가를 내고 엄마랑 같이 셋이서 아기를 데리러 갔다. 태어났을 때보다 더 작아져있었다. 몸무게가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태어났을 때보다 적은 몸무게 2.5kg으로 퇴원했다. 조리원 입소 10일쯤 애기가 들어왔다. 남은 11일을 즐겁게 보냈다. 
 


NICU 퇴원 후 그리고 현재

 
NICU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본적인 검사를 모두 다 했다. 유전자 검사까지 했다. 심장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중격결손.. 이름도 어려웠다. 하지만 작은 구멍이고 이런 경우는 많아서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셨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퇴원 후에 가서 1-2주 만에 들을 수 있었다. 결과 검사는 이상 무. 하지만 아기를 만져봤을 때 근육톤이 너무 낮다고 했다. 근육에 힘이 없는 질병이 여러 가지 있다고 했다. 키우면서 계속 내원하여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태어나서 6개월이 될 때까지 중간중간 아주 많은 내원과 면담이 있었다. 100일까지만 해도 근육톤이 아직도 낮다고 했다. 목을 가누는 거나, 눕힌 상태에서 손을 잡고 들어 올려 앉혔을 때 따라오는 모양이 내가 봐도 매가리가 없었다. 다른 아기들은 이쯤에 터미타임을 하는 듯하였는데 우리 아기에게는 무리였다. 그래도 처음 여기에 왔을 때보다는 상태가 아주 좋고 몸무게가 느는 것도 아주 정상이라며 (심지어 백분위로 80% 정도였다;)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된다 하셨다.
 
키우는 동안에는 가스가 문제긴 했다. 배앓이가 심했다. 람노스 과립을 매일 분유에 타서 먹였고 배앓이 방지를 위한 모든 아이템을 사봤다. 트림을 잘 못했다. 아무리 두들겨도 안나온다. 눕혔다 일어나도 안나온다. 배가 꼬인거 처럼 아파하고 많이 울었다. 지금은 밥을 먹고 어찌나 트름을 하는지 자기 트림했다고 깔깔 거린다. 
 
 
 
처음 아기가 아파서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아기의 증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맘스홀릭에 질문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증상으로 입원한 아이들이 잘 퇴원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얼마나 검색했는지 모릅니다. 저같이 열심히 검색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