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이중언어 아이 키우기: 언어의 보물상자

Jimomdaero 2024. 3. 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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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교포 남편과 결혼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관심을 주는 내용 중의 하나는 바로 아이의 영어발달입니다. 결혼해서 애 낳기 전부터도 "어머, 애 낳으면 영어공부는 따로 안 시켜도 되겠다!", "아빠가 영어 하니까 너무 좋겠다.", "바로 이중언어네!" 등등 주변에서는 아이의 이중언어 발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영어를 미국인처럼 하는 것이 아닌데 제가 괜히 이상하게 으쓱해지는 남들의 부러움 섞인 관심이었지요.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돌 무렵까지 키웠을 때에는 이중언어에 대해 실감을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엄마마맘, 아빠바밥 옹알이가 다였으니 이게 어느 나라 옹알이니?라고 생각할 것도 없을 정도의 외계어였지요. 

 

 

돌 지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생활하게 되면서 슬슬 아이의 발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일반 아이들보다는 발화가 늦었어요. 이중언어 아이들이 언어발달의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것은 여기저기 매체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 애는 지금 말을 못 해서 그렇지, 하면 두 언어를 한 번에 할 거라고!" 또 쓸데없는 뿌듯함과 자신감.. ㅎㅎ

 

 

그리고 17개월, 18개월이 지나가면서 아이는 슬슬 한 두 단어씩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Mommy, daddy, cheese... 몇 단어 안되었지만 발화시기에 미국에 있어서였는지 한국어는 하나도 안 하고 영어만 하더라고요. '어랍쇼.. 왜 영어만 하냐.. 너 이중언어라고!! 이중언어를 타고난 아이라고!!' 아무래도 엄마인 저와 아빠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이고, 바깥세상에서도 다 영어만 하니 당연히 영어를 먼저 받아들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물!" "안머!(안 먹어)" 등의 한국어도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두 돌 즈음에는 95% 영어, 5% 한국어를 구사하는 아기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미국에서 살고 있고 엄마도 아빠도 거의 영어만 쓰기 때문인가 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제 곧 아이와 대화가 불가능하겠다며 걱정을 하셨습니다. 심지어 친정엄마는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주변 친구들이 "너 이제 손녀딸이랑 대화 못한다!"라고 코멘트하시는 바람에 부랴부랴 영어를 시작하신 울 엄마..ㅋㅋ

 

 

그리고 27개월, 지금. 두 돌 하고도 조금 지난 요즘. 미국에서 한국으로 두 달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에게 "Shoe!", "Jacket!", "Socks!" 요구 사항은 거침없이 영어로 해댑니다. 처음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당황하셨지만 그래도 두 돌 아기의 영어 수준이란 매우 쉽기 때문인지 금방 적응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이왕 한국에 온 거 놀이학교에 보내보자고 제안하셨고, 저는 매우 매우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한국어도 많이 배우고 좋을 거야~', '거기 학부모들이 좋아할 거야, 영어 하는 애기가 왔다고'

 

정말로 아이는 하루하루 한국어를 빠르게 습득했습니다.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영어만 하던 아이가 이렇게 한국말을 잘한다고? 이러다 영어 까먹는 거 아니야? 걱정도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한국어를 "교포처럼" 발음합니다. 너무너무 신기한 부분이지 않나요? 확실히 영어가 베이스이긴 한 듯합니다. 

 

두 돌이 되기까지 거의 모든 발화는 영어였지만, 언제나 한국어를 가슴에, 머리에 가지고 살고 있었던 걸까요? 아이가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영어를 항상 책으로 배우고, 머리로 공부했던 저에게는 아이의 이 자연스러운 습득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이중언어: 언어의 보물상자

 

언어는 마치 보물 상자 같습니다. 각 언어는 문화와 역사의 보물들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이중언어를 보유한 사람들은 언어의 보물상자를 두 배로 가질 뿐만 아니라, 두 언어와 문화를 오가며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한 언어로는 발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보물 상자를 두 배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살았지만, 저(한국)는 미국이라는 문화를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 아이만큼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남편(미국)은 그 반대이겠지요. 앞으로 이 보물상자를 소중히 간직하여 더 빛낼 수 있도록 부모인 우리가 힘써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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