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면서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엄마아빠가 제일 고생하는 부분이 먹는 것과 자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잘 자는데 잘 안 먹는 아기도 있고, 잘 먹는데 잠이 너무 예민해서 잘 못 자는 아기도 있지요. 100일이 되자마자 통잠을 잘 자주 었다는 아기들을 보면 저는 정말 유니콘 베이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아기는 두돌이 지나서 쪽쪽이까지 완전히 끊고 나서야 진정한 의미의 통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통잠을 자게 되고 좋은 순간은 아주 잠깐, 아이가 더 크기 시작하면서 낮잠을 자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낮잠을 안 재우면 늦은 오후에 헐크로 변신했고요. 낮잠을 재우면 밤에 어찌나 안 자는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힘을 빼봐도 11시가 넘어야 겨우겨우 울다가 잠들곤 했습니다.
요즘은 쪼금 더 커서 말귀를 더 잘 알아듣기 때문에 약간의 협박을 (경찰 아저씨 부른다 등) 더해서 재우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11시가 다 되어야 자고 있어요. 아이가 너무 안자려고하고 못 자다 보니 자꾸 뭔가 어디 영양에 문제가 있어서 애가 잠을 못 자나?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게 되더라고요. 특히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철분부족” 이 아이의 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들어서 철분 때문인가 하고 여러 가지 비타민도 사보았습니다.
자꾸자꾸 이런 쪽으로 검색을 하다보니 갑자기 추천으로 뜨는 광고가 "유아용 멜라토닌" 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른용 멜라토닌도 잘 못 보았던 것 같고, 시차적응을 할 때에나 이용해 봤어요. 그런데 유아용 멜라토닌이라니? 구글링을 해볼수록 유아용 멜라토닌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더라고요. 미국 아이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그야말로 정석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잠을 잘 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던 걸까요?
멜라토닌이란?
멜라토닌은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체내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여서 자연스럽게 수면을 유도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밤이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고 낮이되면 분비가 감소합니다. 이 호르몬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멜라토닌의 흐름과 수면의 주기를 위해서는 아침에 햇빛을 보고, 저녁에는 어둡게 하는 등 빛을 이용하여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시차적응을 할 때에나, 아기의 수면 패턴을 조절할 때도 아침이면 창문을 열고 빛이 들어오게 하여서 멜라토닌을 감소시키고 저녁에는 집안을 어둡게 유지하여서 멜라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것이지요.
유아용 멜라토닌
미국에 마트, 약국을 가게 되면 어린이 약을 파는 섹션에 멜라토닌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접할 수 있고 처방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정말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유아용 멜라토닌은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멜라토닌 보충제로, 만 3세 이상의 아동에게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저용량으로 제공됩니다. 수면패턴을 개선하거나, 야경증, 불면증 등을 가진 아이들에게 제공되는데 이를 사용함에 있어서 찬반 의견이 매우 극렬하게 갈린다고 합니다.
부작용으로는 과도하게 아이들이 졸려워할 수 있고, 결국에 호르몬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관여하여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섭취 시에 복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멜라토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물론 합성 수면제가 아니고 자연적으로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보충제이기 때문에 수면제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확실히 수면장애가 있거나, 야경증,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는 처방하여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이렇게 미국처럼 오버더카운터로 처방 없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아이가 너무 잠을 잘 안자다보니 하루하루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어쩔 때는 밤에 재우는 것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그런 부모들에게 약국에서 이런 멜라토닌이 눈앞에 턱 하고 놓인다면 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물론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기 때문에 오버더카운터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경우에도 너무 쉬운 길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아이들 제품에 있어서 깐깐하게 굴고 더 자연주의를 고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것에는 정말 진심인 한국 엄마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먹이지 않을 것이지만, 아이의 수면의 질과 개선을 위해서 먹여야만 하는 부모가 있을 수도 있고 꼭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옵션이 준비되어 있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너무 페인포인트를 자극하여 구매를유도하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네요. ^^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일찍 잠들길 바라면서.... ㅎ... 포스팅 마무리해 봅니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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